솔직히 좀 흔들렸다. 작년 한 해 동안.
AI 에이전트가 코드를 짜고, PR을 올리고, 버그를 잡는 걸 보면서 — 이게 익숙해질수록 "그러면 나는 뭘 하는 사람이지?"라는 질문이 자꾸 올라왔다.
근데 생각을 좀 더 굴리다 보니, 방향이 조금씩 바뀌었다.
오히려 Core가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
AI가 코드를 잘 짜주는 세상에서 역설적으로 중요해지는 게 있다. 그게 제대로 동작하는지 판단하는 능력.
AI가 만들어준 코드를 리뷰하고, 수정하고, 프로덕션에 올릴 수 있는지 결정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. 그 판단을 하려면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한다. 메모리 구조가 어떻고, 렌더링 사이클이 어떻고, 왜 이 패턴이 이 상황에서 더 나은지.
오히려 AI 도구를 쓰면 쓸수록 이 기반이 없으면 "AI가 뭔가 만들어줬는데 왜 동작하는지 모르는 사람"이 되는 것 같다. Core가 없으면 AI를 잘 쓸 수도 없다.
그게 조금 안심이 됐다. 공부한 게 의미없어지는 게 아니라, 오히려 더 필요해지는 방향이라는 것.
요즘 이렇게 쓰고 있다
주변 개발자들 보면 AI 활용 방식이 제각각인데, 나는 요즘 이런 식으로 쓴다.
코드 작성보다 코드 이해에 더 많이 쓴다. 낯선 프레임워크나 Apple 새 API가 나왔을 때, 공식 문서랑 AI를 같이 보면서 "이게 왜 이렇게 설계됐는지"를 물어본다. 결과물만 받는 게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는 용도로 쓰면 훨씬 빠르게 흡수된다.
반복 작업은 과감하게 넘긴다. 테스트 케이스 작성, 보일러플레이트, PR 설명 초안. 이건 AI한테 넘기고 나는 더 중요한 판단에 집중하는 편이다.
아키텍처 고민의 러버덕으로 쓴다. 혼자 막힐 때 AI한테 설명하면서 정리하면 생각이 풀릴 때가 많다. 틀린 답을 줘도 그 답에 반박하면서 내 생각이 명확해지는 경우도 있고.
Claude Code 써보면서 느낀 건 — 프롬프트를 잘 쓰는 게 진짜 스킬이다. 뭘 원하는지 명확히 전달하고, 컨텍스트를 잘 주고, 결과를 비판적으로 보는 것. 이게 결국 개발 능력이랑 겹친다.
iOS 개발자로서 더 흥미로운 지점
WWDC25에서 Foundation Models 프레임워크가 나온 게 나한테는 꽤 큰 시그널이었다. Apple이 온디바이스 AI를 개발자한테 열어줬다는 것 — 이게 iOS 개발의 영역을 넓혀주는 거거든.
예전엔 AI 기능 넣으려면 서버 API 붙여야 했는데, 이제는 기기 안에서 돌아가는 모델을 직접 쓸 수 있다. 프라이버시도 지키면서. 이런 걸 잘 활용하는 앱을 만드는 게 앞으로 iOS 개발자의 차별점이 될 것 같다.
오히려 해볼 수 있는 게 더 많아지는 영역이라는 느낌이 든다.
그래도 걱정은 있다
숨기지 않을게.
AI 도구를 잘 쓰는 사람이랑 못 쓰는 사람 사이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는 게 보인다. 도구를 쓰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지고, 도구에만 의존하면 기반이 없는 사람이 되고. 그 사이 어딘가를 잘 걸어야 하는데 그 균형이 아직 잘 안 잡힌다.
그리고 더 근본적인 고민도 있다. Apple이라는 폐쇄적인 플랫폼 안에서만 개발하는 게, 이 시대에 맞는 방향인가 하는 것.
웹은 AI 도구들이 쏟아지고, 크로스플랫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, LLM 기반 서비스들이 새로운 플랫폼이 되어가는데 — 나는 Xcode 열고 Swift 쓰고 Apple 심사 기다리는 사이클 안에 있다. 시대에 역행하는 건 아닌가, 점점 좁아지는 우물 안에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솔직히 든다.
근데 완전히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다. 결국 AI가 만들어주는 것들도 사용자는 디바이스 위에서 쓴다. 그 접점에서 좋은 경험을 만드는 건 여전히 클라이언트 개발자의 영역이고, Apple 생태계는 그 퀄리티에 대한 기준이 가장 높은 곳이다. 그게 좁은 게 아니라 깊은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.
다만 그 깊이 안에만 갇히지 않으려고.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, Foundation Models 같은 새로운 영역을 파고들고, 클라이언트 너머의 맥락도 계속 보려고.
2026년은 그 답을 조금 더 찾아가는 해가 됐으면 한다. 흔들리면서도, 계속.